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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2-03 11:39
서양미술의 걸작 -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글쓴이 : 재원아트
조회 : 14,492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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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반 고흐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어디에서 본 듯한 이 작품,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뉴욕 근대미술관에 걸려 있다. 복제본으로 무수히 떠돌아 다니는 덕분에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이미지가 되어버렸지만, 막상 이 작품이 가진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새삼스럽게도 궁금해진다. 왜 우리는 반 고흐의 그림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가만히 이 작품을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밤’의 운행이 있다. 드문드문 위치한 조그만 마을의 집들에 불이 꺼지면 원래부터 이 세계에 존재했으나 그 존재감을 과시하지 않았던 수많은 존재들이 조용히 그러나 매우 강력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칠흑 같은 하늘은 풍부하고 강렬한 보라색, 파란색, 초록색을 머금고 달과 별을 끌어안는다. 별들은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강력한 에너지를 내뿜으며, 지금 우리의 눈 앞에 우주의 비밀을 폭로한다. 하늘 아래 검은 산도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우주적 운행에 참여한다. 전면에는 반 고흐가 좋아했던 거대한 사이프러스 나무가 반 고흐 자신의 인용인 “오래된 숲의 선들처럼 비틀린 선”처럼 하늘을 향해 불타오르며 ‘깊은 시간’의 존재를 드러낸다. 이에 비하면 아주 왜소해 보이는 마을 교회의 첨탑이, 그나마 하늘과의 교신을 위한 인간의 노력을 보여주려는 듯, 높다랗게 솟아있다.

 

 

 

 

같은 장면을 그린 그의 드로잉은 유화 작품보다도 오히려 더 생생하게, 온갖 존재들이 펼쳐내는 ‘에너지의 흐름도’를 읽을 수 있게 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쉬운 ‘밤’에도 사실 세계는 존재의 강렬함으로 꽉 차 있는 것이다! 더구나 모든 존재들은 따로따로 떨어져 무관하게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반응하고 호응하며 하나의 우주적 전체를 이룬다.

 

 

자연보다도 사람에 더 관심이 많았던 반 고흐

1889년 제작된 이 작품은 반 고흐가 프랑스의 남부 생 레미에 있는 정신병원에 체류하던 중 그린 것이다. 예술가 공동체를 꾸려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태양이 비치는 프랑스 남부 아를르에 아틀리에를 빌린 후, 고갱의 합류로 꿈에 부풀었던 반 고흐.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귀를 잘라 매춘부 여인에게 건넨 후 병원에 입원했다. 주민들의 반대로 아를르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후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간 생 레미의 정신병원. 거기에서 반 고흐는 [별이 빛나는 밤]과 수많은 아이리스 꽃들과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들판을 그렸다. 사실 이런 하늘과 바람과 별과 꽃을 그리기 전에, 반 고흐는 ‘사람’을 더 많이 그렸었다. 성직자가 되는 길과 예술가가 되는 길이 운명처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었던 그에게서 인간은 처음부터 가장 중요한 주제였다.

 

 

 

 

우리에겐 [감자를 먹는 사람들](1885) 정도만이 그의 초기작 중 흔히 알려져 있지만, 이외에도 그는 수많은 농부, 직공, 가난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초상을 그렸다. 거의 독학에 가까운 그의 초기작업에 많은 영감을 제공했던 것은, 19세기 중엽 영국의 사회적 리얼리즘(Social Realism) 작가들이 제작한 석판화들이었는데(반 고흐는 이 석판화들을 열성적으로 수집했고 그 중 약 1500점이 현재 반 고흐 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다), 반 고흐는 [수프 배급소](1883)와 같은 그의 초기 판화작품에서 가난한 이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행위 자체에도 엄숙한 종교적 신성함이 깃들여져 있음을 포착하고자 했다. 또한 밀레와 마찬가지로 농부들을 즐겨 그렸고, [씨뿌리는 사람](1888)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건강한 에너지로 자연과 호응하는 농부에서부터, [정오의 휴식]과 같이 노동을 잠시 멈추고 달콤한 휴식을 취하는 행복한 시골부부, [붉은 포도밭]에서 나타나듯이 풍경과 완전히 합일하여 하나로 녹아 든 농부 군상에 이르기까지 노동과 삶의 국면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담았다. “더 우월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냐 하면… 살아가는 내내 노력과 일의 흔적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다” 라고 반 고흐는 썼다.

 

 

 

반 고흐의 한 평전 제목처럼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한 화가’였다. “신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이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스스로 말했을 만큼 그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 ‘우리에게 마치 의무처럼 부과된 사랑’을 향해 무한히 열려 있었다. 하지만 그런 무한함이야말로 반 고흐에게 가장 견디기 어려운 부담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수없이 반복된 연애의 실패, 아를르에서의 계획 포기, 그리고는 인간 존재에 대한 모종의 회의감이 그를 압도했는지도 모른다. 반 고흐는 생-레미 정신병원에서 영국의 판화가 구스타브 도레 (Gustave Dore)의 작품 [Newgate, Exercise Yard](1872)를 번안한 [죄수들의 보행]을 그리면서 더 이상 예전처럼 개별 인간 존재의 초상을 즐겨 그릴 수 없게 되었다. 그 해 1890년, 인적이 드문, 까마귀들만이 가득한 벌판의 풍경을 바라보며 권총 자살을 하기까지…….

 

 

 

낮이 가리우는 진실로 인도하는 신비로운 밤의 시간


다시 [별이 빛나는 밤]을 보자. 인간이 분주하게 살아가는 낮의 시간이 다 지나간 후에도 ‘밤’은 그리고 자연은 여전히 사랑할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로 맹렬하게 우리를 엄습한다. 밤 이야말로 낮이 가리우는 어떤 진실에 우리를 더 가까이 인도한다. 자연이야말로 인간이 행사하는 모든 위선을 뒤덮을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반 고흐는 그림에 의지하며 가히 종교적이라 할 수 있는 그의 믿음, 모든 존재의 사랑에 대한 믿음을 안간힘을 써서 부여잡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너무나 순수하고 연약하여 부서지기 쉬운 영혼을 가졌던 반 고흐. 그러기에 존재에 대한 격한 사랑을 견뎌낼 수 없었던 사람, 그렇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하늘의 운행과 바람의 숨결과 별의 노래를 온몸으로 느끼고 또 그려낼 수 있었던 화가. 바로 그런 진실함이 우리에게 어떤 설명할 수 없는 엄숙함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그의 작품이 지닌 진정한 가치는 ‘낮의 위선’이 가리우는 ‘밤의 진실’을 우리로 하여금 언뜻 발견하게 한다는 점일 것이다.

 

후기 : 4월 싱가포르 국립미술관, 7월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릴 [아시아 리얼리즘]전 준비를 하고 있다. 도대체 리얼리즘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 전시 준비가 완료되어가는 이 시점까지 계속해서 따라 다닌다. 미술사학자 린다 노클린의 [리얼리즘]이라는 책을 다시 읽다가 통상 리얼리즘 작가로 분류되지 않는 반 고흐에 대한 언급으로 결론을 마무리하고 있는 저자를 발견했다. 리얼리즘은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이며 그 태도란 결과적으로 어떻게 더욱 진실에 근접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았을 때 반 고흐는 누구보다도 자신의 영혼에, 삶의 이치에, 하늘의 부름에 진실했던 작가가 아니었을까. 새삼스럽게도 우리가 반 고흐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빈센트 반 고흐 (1853 ~ 1890)

1853년 3월 30일 네덜란드에서 출생하였다. 강렬한 색채와 격렬한 필치를 사용하여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했고, 그 강렬한 표현주의적 에너지는 현재까지 널리 사랑받고 있다. 파리에서 작업하다가 밝은 태양을 찾아간 남프랑스의 아를르로 이주했다. 아를르에 정착한 뒤 사망할 때까지의 약 2년 반이 반 고흐 예술 개화기였다. 병과 창작에 지쳐 파리 근교 오베르에 있는 의사 가셰에게 찾아가 한때 건강을 회복했으나 다시 쇠약해져 끝내 권총자살을 했다.

 

김인혜 /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서 미술사를 전공했고 독일 본대학에서 수학했다. [아시아 큐비즘]전, [장 뒤비페]전,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전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

이미지 국립현대미술관

출처: 네이버 '오늘의 미술' 코너, http://navercast.naver.com/art/western/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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